제본
#인쇄 #후가공
인쇄 후가공은 어느 자리에서 작동하는가본문
안녕하세요. 희명디자인입니다. 인쇄가 끝난 종이를 받아 보면 그 자체로는 마감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인쇄 표면이 노출되어 있고, 색은 종이의 흡수성에 따라 떠 있고, 모서리는 그저 사각으로 잘려 있어요. 이 상태에서 후가공 공정이 들어갑니다. 라미네이팅이 표면을 덮고, 박이 메시지를 강조하고, 형압이 종이에 입체감을 주고, 도무송이 모양을 잘라냅니다. 후가공은 인쇄 이후에 진행되는 공정이지만, 디자인 콘셉트가 잡힐 때부터 같이 떠올려야 하는 영역이에요. 종이와 인쇄 도수만큼이나 후가공의 선택이 인쇄물의 첫인상과 사용 수명을 결정합니다.

실무에서 후가공을 설명할 때는 크게 기능적 성격과 장식적 성격으로 나누어 다루는 일이 많습니다. 인쇄 표면을 보호하고 내구성을 높이는 쪽이 기능적 가공이고, 브랜드 이미지와 고급감을 만들어내는 쪽이 장식적 가공이에요. 라미네이팅과 오시, 미싱, 접지, 재단이 기능적 성격에 가깝고, 박과 형압, 부분 UV, 에폭시, 도무송이 장식적 성격에 가깝습니다. 회사에 따라 오시와 접지, 재단을 후가공이 아니라 제본·가공 공정으로 분류하기도 해요. 한 인쇄물에 두 영역의 가공이 함께 들어가는 일이 일반적입니다. 책 표지에 무광 라미네이팅으로 표면을 보호하고 제목 자리에 박이나 부분 UV로 시선을 모으는 조합이 그 예입니다.

라미네이팅은 인쇄 표면에 얇은 필름을 입혀 종이를 보호하는 후가공입니다. 국내 인쇄 실무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필름은 PP(폴리프로필렌) 계열이고, 내열성과 내구성이 더 필요한 고급 패키지에는 PET 계열 필름을 쓰기도 합니다. 라미네이팅의 결정적 선택은 광택의 유무예요. 유광은 표면 반사가 강해서 색이 깊고 선명하게 살아납니다. 포스터·브로셔처럼 시선을 빠르게 잡아야 하는 인쇄물에 자주 적용돼요. 무광은 반사가 적어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인상을 만들고, 글자 가독성이 안정적입니다.

책 표지·고급 명함·연차보고서 같은 인쇄물에 폭넓게 쓰이는 사양이에요. 소프트터치는 벨벳에 가까운 촉감을 만들어내는 변형 무광으로, 프리미엄 패키지나 고급 명함에서 사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같은 인쇄물이라도 유광이냐 무광이냐에 따라 톤의 결이 다르게 만들어져요. (라미네이팅 필름이 들뜨는 일이 가끔 나오는데 보통은 종이 결과 필름 결 사이의 수분 균형이 안 맞을 때 발생합니다)

박 가공은 종이 위에 금속 박을 압착해 제목이나 로고를 강조하는 후가공입니다. 동판이나 마그네슘판 같은 금속판과 박 필름을 종이 위에 두고 열과 압력으로 박을 전사하는 방식이에요. 일반 4도 인쇄로는 표현이 어려운 금속 광택을 만들 수 있어서 키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끌어올리는 도구로 쓰입니다. 금박은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운 인상이 강해서 양장 표지와 청첩장에 자주 들어가고, 은박은 모던하고 세련된 인상이라 브랜드 로고에 자주 적용됩니다.

컬러박과 홀로그램박은 보다 강한 개성을 표현할 때 선택되는 사양이에요. 박은 반사광 때문에 각도에 따라 가독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 박을 쓸 자리는 무광 코팅의 바탕 위에 두는 조합이 자주 사용됩니다. (박이 깨끗하게 안 먹는 부분이 생기면 박지 가공이 빠지거나 동판 압력이 부족했던 까닭일 때가 많아요)

UV 가공은 자외선 경화 방식의 코팅이고, 전면 UV와 부분 UV로 나뉘는 흐름입니다. 전면 UV는 인쇄물 전체에 광택 코팅을 올리는 방식이고, 부분 UV는 특정 영역에만 광택을 더하는 방식이에요. 부분 UV가 만들어내는 효과의 핵심은 광택의 대비입니다. 무광 바탕에 부분 UV로 광택을 더하면 그 영역만 빛을 반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선이 모이게 됩니다. 로고나 제목, 핵심 이미지에 자주 적용되는 가공이에요. 부분 UV는 데이터 입고 단계에서 별도의 채널이나 스폿 컬러로 영역을 분리해 전달해야 하는 가공이고, 너무 가는 텍스트에는 적용이 어렵습니다. 디자인 단계에서 부분 UV를 적용할 영역을 정할 때 글자 굵기와 영역의 크기를 함께 고려해야 인쇄 후 깨끗하게 떨어집니다. UV가 가장자리에서 번지는 일이 가끔 나오는데 코팅 영역의 가장자리 마진을 충분히 두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일이 많아요.

형압은 금형으로 종이 표면에 입체감을 만드는 후가공입니다. 위로 돌출시키는 방식이 양각(엠보싱)이고 아래로 눌러 들어가게 하는 방식이 음각(디보싱)이에요. 양각은 그림자와 하이라이트가 생겨 촉감과 시각적 인상이 함께 강해지고, 음각은 차분하고 절제된 인상을 만듭니다. 박과 형압을 함께 적용하면 박이 위로 도드라지거나 아래로 들어가면서 입체감과 광택이 결합되는 효과가 만들어져요. 고급 명함, 양장 표지, 청첩장, 프리미엄 패키지에서 자주 보이는 조합이 박과 형압의 결합입니다. 형압이 너무 깊으면 종이 뒷면이 함께 눌리거나 갈라지는 일이 생기니까 종이 평량과 형압 깊이의 균형도 시안 단계에서 잡아두는 게 좋아요.

에폭시는 부분 UV보다 두꺼운 광택 코팅을 만들어내는 후가공이에요. 볼륨감 있는 수지 코팅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손으로 만졌을 때 뚜렷한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가공입니다. 아동도서의 캐릭터 자리, 패키지의 핵심 로고, 스티커의 강조 영역 같은 자리에 자주 적용돼요. 부분 UV가 시선의 광택 대비를 만든다면 에폭시는 시각과 촉각을 함께 자극하는 가공입니다.

도무송은 종이를 특수한 모양으로 잘라내는 후가공입니다. 톰슨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다이 커팅이라고도 부르는데, 전통적으로는 칼선을 설계한 다음 목형을 제작해 프레스로 잘라내는 방식이 가장 많이 쓰여요. 최근에는 레이저 커팅이나 디지털 커팅, CNC 플로터 같은 비목형 방식도 함께 쓰이고 있습니다. 일반 사각 재단으로는 만들 수 없는 곡선이나 창, 특별한 실루엣을 도무송으로 구현해요. 패키지의 단상자와 싸바리, 제품 태그, 창이 뚫린 리플렛, 특수 모양의 명함이 도무송의 영역이에요. 도무송은 초기에 목형 제작비가 발생하고 그 이후에는 같은 형을 반복 사용하면서 가공비가 분산되는 단가 구조를 가집니다.

한 인쇄물에 모든 후가공을 다 적용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일이 잦습니다. 후가공 공정 사이에 정합 문제가 발생하면서 위치가 어긋나는 일이 생기고, 공정 수가 늘어나면 단가와 납기도 함께 늘어납니다. 디자인의 메시지도 후가공이 많아질수록 흐려지는 경향이 있어요. 실무에서 자주 권장되는 방향은 핵심 포인트에 한두 가지 후가공을 집중하는 방식입니다. 무광 라미네이팅 위에 부분 UV 한 곳, 또는 무광 라미네이팅 위에 형압과 박의 결합 한 곳. 이 정도의 절제된 조합이 인쇄물의 격을 끌어올리는 일이 많습니다.

인쇄물 종류별로 자주 사용되는 후가공 조합도 정리해두면 도움이 됩니다. 단행본 표지는 무광 라미네이팅에 부분 UV나 박을 한 자리에 더하는 조합이 자주 쓰입니다. 브로셔와 카달로그는 라미네이팅과 접지를 위한 오시가 함께 들어가고, 표지에 부분 UV로 포인트를 주는 사례가 많아요. 고급 명함은 무광 코팅 위에 형압이나 박을 더하는 조합이 자주 사용됩니다. 청첩장은 무광이나 소프트터치 코팅에 형압과 박을 함께 적용하는 사례가 많고, 패키지 박스는 라미네이팅과 박, 형압, 도무송이 인쇄물의 성격에 따라 결합돼요. 아동도서에서는 무광 코팅 위에 캐릭터 영역에 에폭시를 적용하는 사례가 일부 영역에서 나타납니다.
후가공은 인쇄가 끝난 다음에 진행되는 공정이지만, 디자인이 처음 그려질 때 함께 떠올려야 하는 영역이에요. 박을 어디에 둘 것인지, 부분 UV가 강조할 자리는 어디인지, 형압이 들어갈 글자는 어느 굵기여야 하는지가 디자인 단계에서 정해져야 인쇄 후 깨끗한 결과물이 나옵니다. 후가공을 인쇄 이후의 옵션처럼 다루면 시안 단계의 디자인과 어긋나는 일이 발생하고, 그 어긋남은 인쇄 후에 수정할 수 없습니다. 후가공이 인쇄물의 마지막 공정인 동시에 디자인의 첫 결정이라고 자주 이야기되는 까닭이 그 자리에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희명디자인 편집디자인팀 드림
* 참고할만한 희명디자인 인사이트 칼럼링크 바로가기 *
- 이전글인쇄물 판형은 어디서 결정되며, 원지에서 시작되는 단가의 뿌리 알아보기. 26.05.13
- 다음글인쇄 색재현의 어긋남은 어디에서 발생하는가 26.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