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셔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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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브로슈어 제작에서 자주 마주치는 지연의 구조본문
안녕하세요. 희명디자인 마케팅 담당자입니다. 오늘은 설 명절입니다. 모두들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늘 가정에 평안과 사랑이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는 부산이 고향이라 지금 고향에 내려온 상태이고, 막간에 시간을 활용하여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브로슈어 제작 프로젝트를 수없이 진행해왔는데, 한 가지 고백할 게 있습니다. 처음 일정표를 짤 때 "이번에는 한 달이면 끝나겠지" 싶었던 프로젝트가 정확히 한 달 만에 끝난 적이 거의 없어요. 두 달, 길면 석 달. 디자인이 느려서가 아닙니다. 시안은 2주면 나옵니다. 나머지 시간은 전부 내부 검토, 수정 요청, 재검토, 승인 대기에 쓰입니다. 이 글은 그 "나머지 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읽으시면서 "아, 우리 회사도 그랬는데" 하실 분이 꽤 계실 거예요.
브로슈어 제작이 겉으로는 디자인 프로젝트처럼 보이는데, 속을 까보면 부서 간 이해관계 조율 프로젝트에 가깝습니다. 대표님은 브랜드 이미지와 대외 신뢰감을 보시고, 마케팅은 캠페인 일정이랑 메시지 정합성을 따지고, 영업은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정보 정확성을 원하고, 디자인 쪽은 작업 난이도와 일정 현실성을 봅니다. 인쇄소는 사양이 확정돼야 납기를 잡을 수 있고요. 다섯 곳이 전부 다른 기준으로 같은 파일을 보고 있는 겁니다.
여기서 가장 큰 변수는 "누가 최종 결정권자인지"가 언제 확정되느냐입니다. 이게 프로젝트 초반에 안 정해지면, 시안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 방향이 통째로 바뀌는 일이 생겨요. 마케팅팀이 괜찮다고 한 시안을 대표님이 보시고 "이건 우리 회사 느낌이 아닌데?" 하시는 순간, 2주치 작업이 리셋됩니다. 경험상 최종 승인자와 승인 기준을 프로젝트 킥오프 때 못 잡으면, 일정은 최소 2주 이상 밀립니다.
수정이 길어지는 패턴도 정해져 있어요. 피드백이 한꺼번에 안 모이고 순차적으로 들어오는 구조가 문제입니다. 마케팅이 먼저 검토해서 수정하고, 그 다음 대표님이 보시고 방향을 좀 바꾸시고, 그 다음 영업이 보고 문구랑 수치를 고치고, 마지막에 법무에서 인증 표기 추가 요청이 들어오고. 각 단계가 따로 움직이니까 앞에서 정리한 게 뒤에서 다시 뒤집어지는 겁니다.
이걸 완전히 막을 수는 없습니다. 조직이란 게 원래 그래요. 다만 저희가 프로젝트 초반에 "검토는 가능하면 한 회차에 모아주세요"라고 드리는 말씀이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닌 겁니다. 피드백이 한 번에 모이면 충돌 지점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데, 순차적으로 들어오면 매번 앞 단계를 되돌려야 하거든요. (솔직히 3회차 수정까지는 정상 범위인데, 5회차를 넘어가면 뭔가 프로세스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Q. 처음에 12페이지로 시작했는데 마무리할 때쯤 20페이지가 됐어요. 왜 그런 건가요?
A. 자주 있는 일입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내용을 추가하는 건 쉬운데 빼는 건 어렵거든요. 각 부서가 "이것도 넣어야 한다" "저것도 빠지면 안 된다"고 하면, 담당자 입장에서 뺄 명분이 없습니다. 어느 부서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게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니까요. 결국 페이지가 점진적으로 불어납니다. 문제는 페이지가 늘어나면 인쇄 단가, 납기, 제본 방식, 배송·보관 조건이 전부 연쇄적으로 바뀐다는 거예요. 일정 막바지에 4페이지가 추가되면 그건 편집 이슈가 아니라 제작 조건 전체가 리셋되는 신호입니다.
인쇄 직전에 수정이 터지는 경우도 꽤 봅니다. PDF로 볼 때는 괜찮았는데, 실물 샘플을 뽑아보는 순간 "글씨가 작다", "여백이 답답하다", "이 색 좀 이상한데?" 같은 피드백이 쏟아지는 거예요. 모니터에서 보는 것과 종이 위에 찍힌 것의 체감이 다르니까 당연한 반응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수정하면 디자인만 바뀌는 게 아니에요. 종이 변경이 필요할 수도 있고, 코팅 방식을 바꿔야 할 수도 있고, 수량 조정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목업이나 샘플 인쇄를 중간에 한 번 넣으면 이 리스크가 확 줄어드는데, 일정이 빠듯하면 이 단계를 건너뛰시는 분이 많아요. (그 결과 본인쇄 직전에 터지는 겁니다.)
제작이 늦어지면 "디자인 업체가 느리다" "인쇄 품질이 안 좋다"고 해석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저희 경험상 지연의 원인 중 상당 부분은 내부 의사결정 구조에 있습니다. 시안은 나왔는데 검토가 2주째 안 되는 상황, 피드백이 들어왔는데 서로 상충하는 상황, 최종 승인 기준이 중간에 바뀌는 상황. 이런 일들이 쌓이면 아무리 빠른 디자이너라도 일정을 맞추기 어렵습니다. 핵심은 누군가의 잘못을 따지는 게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결정을 내릴지"를 언제 확정하느냐입니다.
Q. 그러면 제작 기간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세 가지를 프로젝트 시작할 때 잡아두시면 됩니다. 첫째, 최종 승인자를 한 명 정하세요. 여러 사람이 동시에 결정권을 가지면 기준이 흔들립니다. 둘째, 피드백 회차와 마감을 정하세요. "시안 나오면 3일 내 검토, 2회차까지 반영, 3회차에 확정" 같은 식으로요. 셋째, 페이지 수 상한을 초반에 합의하세요. 나중에 추가하더라도 상한이 있으면 빼야 할 것을 같이 논의하게 되니까, 무한정 불어나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만 잡혀 있어도 체감 일정이 2~3주는 줄어듭니다.
브로슈어를 만들다 보면 느끼는 게 있어요. 이건 단순한 홍보물이 아니라, 조직 내부 합의의 결과물이라는 겁니다. "우리 회사를 어떻게 소개할 것인가"에 대한 대표님 생각, 마케팅의 전략, 영업의 현장 경험, 이걸 한 권에 정리하는 작업이거든요. 그래서 브로슈어 제작 과정을 들여다보면 그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가 보입니다. 잘 돌아가는 조직은 브로슈어도 빨리 나오고, 의사결정이 꼬여 있는 조직은 브로슈어 하나에 석 달이 걸립니다.
그래서 저희는 브로슈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디자인 스타일보다 프로세스를 먼저 여쭤봅니다. 검토 단계가 몇 회인지, 최종 결정은 누가 하시는지, 페이지 수 상한은 있는지. 이게 정리돼야 디자인 일정이 현실적으로 잡히거든요. "예쁘게 만들었다/못 만들었다"로만 기억되는 프로젝트보다, "어떤 제약 안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까지 기록으로 남기면 다음 개정 때 훨씬 수월합니다. 브로슈어 한 권이 그 회사의 마케팅 자산이 되려면, 제작 프로세스 자체도 자산으로 남겨두시는 게 좋습니다.
브로슈어 제작 일정이 자꾸 밀려서 고민이신 분, 내부 검토 프로세스 정리부터 도와드립니다. 디자인보다 프로세스가 먼저인 경우가 생각보다 많거든요. 남은 연휴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희명디자인 마케팅 담당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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