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로그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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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카탈로그제작, 다시 펼쳐보게 만드는 구조에 대하여본문
희명디자인 마케팅 담당자입니다. 짧지만 명절 연휴가 곧 시작되는 가운데, 저는 오늘도 이렇게 글을 씁니다.
하나 여쭤볼게요. 지금 사무실 서랍이나 책상 구석에 카탈로그 한두 권쯤 꽂혀 있지 않으신가요? 그 카탈로그, 마지막으로 꺼내본 게 언제인지 기억나시나요. 저희가 고객사 담당자분들한테 비공식적으로 물어봤을 때, 제작 비용 수백만 원 들인 카탈로그를 납품 후 3개월 내 다시 펼쳐본 비율이 체감상 절반도 안 됐습니다. 만드는 데 들인 공에 비해 좀 허무한 숫자죠. 오늘은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다시 꺼내보는" 카탈로그가 되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카탈로그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건 만드는 쪽에서는 좀 서운한 사실이지만, 현실이에요. 대부분은 목차를 훑거나, 기억나는 페이지 근처를 쭉 넘기거나, 뒤쪽 색인에서 품번을 찾습니다. 심지어 종이 두께 감으로 "대충 이쯤이겠지" 하고 펼치는 분도 계시고요. 카탈로그는 '읽히는' 인쇄물이 아니라 '탐색되는' 도구입니다. 이 전제를 깔고 가야 구조 이야기가 의미가 있어요.
목차부터 봅시다. "제품군A / 제품군B / 제품군C" 이렇게만 나눠놓은 카탈로그가 아직도 많습니다. 만드는 입장에서는 깔끔해 보이는데, 찾는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어요. "내가 찾는 게 A인지 B인지부터 모르겠는데?" 이런 상황이 생기거든요. 용도별, 규격별, 산업별로 좀 더 잘게 쪼개주면 탐색 시간이 확 줄어듭니다. 다만 너무 세분화하면 목차 자체가 복잡해져서 "목차 보다가 지쳤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으니, 그 경계를 잡는 게 기획의 핵심이에요. (정답이 있는 건 아니고, 고객이 제품을 어떻게 찾는지를 관찰해야 감이 옵니다.)
분류 체계도 은근 까다롭습니다. 품번 순서로 넣는 회사, 출시 시기순으로 넣는 회사, 산업군별로 묶는 회사. 다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문제는 그 로직이 사내에서는 당연한데 밖에서 보면 전혀 직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내열성 좋은 소재" 기준으로 제품을 찾고 싶은데 분류가 제품코드 알파벳 순이면, 카탈로그를 앞에서 뒤까지 전부 넘겨봐야 하는 상황이 벌어져요. 이럴 때 크로스 레퍼런스나 특성별 색인이 하나 붙어 있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몇 가지 생각해볼만한 Q/A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Q. 카탈로그가 두꺼울수록 좋은 건가요?
A. 제품이 많으면 두꺼워질 수밖에 없죠. 근데 두꺼운 카탈로그일수록 구조가 안 잡혀 있으면 그냥 벽돌입니다. 20~30페이지짜리는 전체를 쭉 훑어볼 수 있으니까 구조가 좀 느슨해도 버텨요. 100페이지 넘어가면 "정보를 얼마나 담았나"보다 "원하는 걸 얼마나 빨리 찾느냐"가 훨씬 중요해집니다. 그리고 두꺼운 카탈로그는 책상에 펼쳐놓고 반복해서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제본 방식이 사용감에 직결돼요.
제본 얘기가 나왔으니 좀 더 하자면요. 중철은 얇은 카탈로그에서는 펼침성이 좋아서 괜찮은데, 페이지가 많아지면 가운데가 볼록 튀어나옵니다. 무선 제본은 두꺼운 카탈로그에 보편적으로 쓰이는데, 자주 펼치다 보면 접착 부분이 벌어지는 경우가 생겨요. PUR 제본은 접착 강도가 훨씬 높아서 내구성은 좋지만 단가가 올라갑니다. 카탈로그를 한 번 보고 끝낼 물건이 아니라면, 제본 방식을 고를 때 "이걸 몇 번이나 펼칠 건가"를 기준으로 삼는 게 현실적입니다.
카탈로그의 태생적 한계가 하나 있어요. 찍는 순간 정보가 굳어버린다는 겁니다. 웹사이트는 수정 사항 생기면 바로 반영하면 되는데, 인쇄물은 그게 안 되잖아요. 올해 초에 찍은 카탈로그의 가격표가 하반기에는 틀어져 있는 상황, 실무하시는 분들은 한 번쯤 겪어보셨을 거예요. 그래서 요즘은 변동 가능성이 큰 정보(가격, 신규 모델, 담당자 연락처 등)를 본책에서 빼고 별도 리플렛이나 QR 코드로 처리하는 방식이 늘고 있습니다. 또는 아예 연 1회 전면 개정을 전제로 카탈로그를 운영하는 회사도 있고요. (둘 다 장단이 있어서 뭐가 맞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최소한 이 문제를 인식하고 시작하는 것과 아닌 건 차이가 큽니다.)
Q. 색인은 꼭 넣어야 하나요? 만드는 게 꽤 번거롭다고 들었는데요.
A. 번거로운 건 맞습니다. 레이아웃 바뀔 때마다 페이지 번호 다시 잡아야 하고, 인쇄 직전에 페이지 하나 밀리면 색인 전체를 수정해야 해요. 근데 50페이지가 넘어가는 카탈로그에서 색인이 없으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찾다가 포기할 수 있습니다. 품번순이든 용도별이든, 색인 하나 있고 없고의 차이는 "이 카탈로그를 또 꺼내느냐 마느냐"와 직결되는 부분이라 저희는 가급적 넣는 걸 권합니다. 번거로운 건 저희가 감당하면 되니까요.
제품 라인이 넓은 회사에서 가끔 고민하시는 게 "한 권에 다 넣을까, 제품군별로 나눌까"입니다. 통합 카탈로그는 한 권으로 끝나니까 관리가 편하고, 전체 포트폴리오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대신 특정 제품군만 업데이트됐을 때 전체를 다시 찍어야 한다는 부담이 따릅니다. 분책으로 가면 해당 권만 개정하면 되니까 유지비 면에서 유리한데, 여러 권을 동시에 펼쳐서 비교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좀 불편하죠. 제품 특성이랑 고객이 카탈로그를 쓰는 패턴을 같이 봐야 답이 나옵니다.
"요즘 PDF로 다 되는데 인쇄 카탈로그가 아직 필요한가요?" 가끔 이런 질문도 받습니다. 현장 피드백을 보면 아직 역할이 다릅니다. PDF는 검색이 되고 공유가 쉽다는 게 압도적인 장점이에요. 근데 인쇄 카탈로그는 여러 페이지를 동시에 펼쳐놓고 비교할 수 있고, 포스트잇 붙이고 메모하고, 인터넷 안 되는 현장에서도 쓸 수 있다는 물리적 장점이 있거든요.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각각 쓰임이 다른 겁니다. 다만 인쇄 카탈로그는 종이 위에서 정보를 찾는 행위를 전제로 구조를 짜야 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카탈로그 프로젝트에서 제일 아까운 케이스가 뭐냐면, 디자인이랑 사진이랑 카피 다 끝나고 나서 "아, 분류를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하는 겁니다. 그 시점에서 구조를 바꾸려면 거의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해요. 분류 체계랑 목차 뼈대를 프로젝트 초반에 잡아두면, 중간에 페이지가 추가되거나 제품이 빠져도 전체 흐름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 뼈대 잡는 작업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절대 건너뛰면 안 되는 단계예요.
카탈로그 한 권을 만드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 투자가 납품 순간에 끝나지 않고, 고객 책상 위에서 계속 일하게 만들려면 구조가 받쳐줘야 합니다. 예쁜 디자인, 좋은 사진, 매끈한 카피도 물론 중요하지만—고객이 두 번째로 손을 뻗게 만드는 건 결국 "필요한 정보가 바로 나오는" 경험이거든요. 카탈로그를 일회성 인쇄물이 아니라, 그 회사의 제품 데이터를 물리적으로 정리한 자산으로 바라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카탈로그 기획이나 구조 설계 관련해서 이야기 나눠보고 싶으시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제품 분류부터 목차 뼈대 잡는 것까지, 인쇄 들어가기 전 단계부터 함께 정리해드립니다.
희명디자인 마케팅 담당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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