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셔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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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셔디자인 끝까지 읽히지 않는 이유에 대하여본문
안녕하세요, 희명디자인 디자이너입니다. 지난달 고객사 전시 부스에 납품한 브로셔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직접 확인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거치대 옆에서 한 시간 정도 지켜보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어떤 분은 집어 들자마자 표지만 훑고 가방에 넣었고, 어떤 분은 페이지가 잘 안 벌어지자 두세 번 시도하다가 그대로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32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에 제품 소개와 회사 연혁, 인증 현황까지 빼곡히 담았음에도 평균 체류 시간은 고작 7~8초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디자인의 심미성 문제가 아닙니다. 브로셔라는 물리적 조건과 사람의 행동 패턴 사이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제본 방식이 결정하는 독자의 시선과 가독성
브로셔 기획 시 제본 방식을 단순히 중철이나 무선 중 하나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선택은 독자가 브로셔를 얼마나 오래 들고 있을지를 직접 결정합니다.
중철 제본은 가운데를 스테이플러로 박는 방식인데, 페이지가 늘어나면 중앙부가 볼록해져 완전히 펼쳐지지 않습니다. 이 경우 독자는 브로셔를 반쯤 벌린 채 보게 되며, 중앙 근처에 배치된 이미지나 텍스트는 골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 절반만 보이게 됩니다. 만약 여기에 중요한 전화번호나 QR코드를 배치했다면 정보 전달은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무선 제본은 책등에 접착제를 붙이는 구조라 펼칠 때마다 탄성 저항이 생깁니다. 한 손으로 펼치면 자꾸 닫히려는 성질 때문에 독자는 한 페이지에 집중하기보다 후루룩 넘기게 됩니다. 정보의 흐름을 순차적으로 설계했더라도 독자는 제본의 저항을 피해 뒤에서부터 넘기기도 합니다.
종이 두께와 넘김 감각의 상관관계
종이의 평량(g)은 직접 만져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영역입니다. 용지가 너무 얇으면 페이지가 가볍게 넘어가지만, 두세 장이 한꺼번에 넘어가는 일이 빈번합니다. 제품 라인업을 페이지별로 정리했음에도 독자가 중간 페이지를 건너뛰어 버리는 원인이 여기에 있습니다.
반대로 너무 두꺼운 종이는 한 장씩 또렷하게 인지되는 장점이 있지만, 전체 무게가 늘어나 오래 들고 있기 부담스러워집니다. 결국 테이블 위에 놓고 필요한 부분만 골라 보게 되어 전체 스토리를 전달하려는 기획 의도와는 멀어질 수 있습니다. 내지 기준 120g에서 150g 사이가 넘김 감각과 무게감의 균형이 가장 잘 맞는 구간이며, 희명디자인에서는 본 제작 전 더미북을 만들어 이 감각을 반드시 확인합니다.
빽빽한 페이지는 읽히기 전에 외면받습니다
고객사가 넣고 싶은 정보가 많은 것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독자가 페이지를 펼쳤을 때 텍스트가 가득 차 있으면 '읽어야겠다'는 생각보다 '부담스럽다'는 인상을 먼저 받습니다. 제목과 본문의 크기 차이가 명확하지 않으면 전체가 하나의 회색 덩어리로 인식되어 내용을 파악하기도 전에 페이지를 넘기게 됩니다.
특히 이미지가 많은 페이지는 시선이 사진에만 머물고 정작 중요한 핵심 메시지(캡션)는 놓치기 쉽습니다. 독자의 눈이 숨 쉴 수 있는 여백을 어떻게 분산 배치하느냐가 체류 시간을 결정합니다.
이를 위해 희명디자인은 좌우 페이지의 레이아웃을 의도적으로 다르게 배분하여 시각적 무게를 조절합니다. 한쪽은 큰 이미지 중심, 반대쪽은 텍스트 중심으로 구성해 독자의 시선이 양쪽 모두를 훑도록 유도하는 설계가 필요합니다.
코팅과 판형이 만드는 첫 3초의 승부
브로셔 표면의 코팅은 손끝의 마찰력에 영향을 주어 독자의 행동을 변화시킵니다. 유광 코팅은 매끈하여 페이지가 빨리 넘어가는 경향이 있고, 조명 반사로 인해 독자가 빛을 피하려다 내용을 놓치기도 합니다.
반면 무광 코팅은 미세한 거친 촉감이 있어 손가락이 머무는 시간을 길게 만듭니다. 체감상 한 페이지에 0.5초에서 1초 정도 더 머무르게 되는데, 이 짧은 시간이 메시지를 인지하는 결정적 차이를 만듭니다.
브로셔의 크기 또한 배포 환경에 최적화되어야 합니다. 전시장처럼 서서 받는 상황에서 A4 사이즈는 한 손으로 들고 펼치기 불편합니다. 휴대성을 고려해 판형을 줄이면 폰트 크기가 작아져 가독성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타겟 독자층의 연령대까지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읽히는 브로셔는 마케팅 자산입니다
브로셔가 끝까지 읽히지 않는 것은 종이라는 물성과 제본의 저항, 코팅의 촉각 등 물리적 조건이 기획 의도와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희명디자인은 시안 작업 전 "누가, 어디서, 어떤 자세로 보게 되는가"를 가장 먼저 질문합니다. 전시장에서 서서 보는지, 사무실에서 혼자 펼치는지에 따라 제본 방식부터 용지 두께, 판형이 전부 달라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 번 제대로 설계된 브로셔는 일회성 홍보물이 아니라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정리된 소중한 마케팅 자산이 됩니다. 단순히 예쁜 디자인을 넘어 실제 독자의 손끝에서 의도한 대로 작동하는 브로셔를 만드는 것, 그것이 희명디자인이 지향하는 실무의 본질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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